개발자들은 왜 CLI를 사랑하게 되었을까
처음 컴퓨터를 배우는 사람에게 검은 화면과 깜빡이는 커서는 대개 불친절하게 느껴집니다. 버튼도 없고, 메뉴도 없고, 실수하면 되돌리기조차 막막해 보입니다. 그런데 이상하게도 개발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그 화면으로 돌아옵니다. 왜 그럴까요.
CLI의 매력은 사실 속도만이 아닙니다. 명령 한 줄에는 사람이 무엇을 하려는지가 아주 압축된 형태로 드러납니다. 버튼을 여러 번 누르는 과정을 짧은 문장 하나로 바꾸는 순간, 작업은 기억이 되고 공유가 되고 자동화가 됩니다. 그때부터 터미널은 불편한 과거의 도구가 아니라, 생각을 작업으로 번역하는 언어처럼 느껴집니다.
개발자들이 CLI를 좋아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. 이 도구는 화려하진 않지만 예측 가능했고, 같은 문장을 내일도 다시 실행할 수 있었고, 혼자만의 요령이 아니라 팀의 절차가 될 수 있었습니다. 결국 사랑받은 것은 검은 화면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힘이었습니다.
그래서 터미널은 오래 살아남았습니다. 기술이 바뀌어도 “내가 하려는 일을 짧고 정확하게 적을 수 있다”는 감각은 좀처럼 대체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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